2006년 여름, 무심코 찾아간 동경 코엔지의 엔반 주인장 타구치씨의
친절한 안내로 이런저런 밴드를 알게되었고 한해 2번씩 열리는 엔반잼보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9년 여름,
드디어 엔반의 축제에 동참할 수 있었다.
코엔지 엔반은 클럽 보위의 절반도 안될만큼 협소한 공간인지라 잼보리는
시부야의 클럽을 빌려서 진행한다. 5층, 6층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데
5층은 본격적인 공연장이고 6층은 음료바와 로비, 작은 무대가 있고
앰프출력이 적은 밴드들이 주로 6층에 자리잡는다.
금,토,일 3일동안 진행되는데 3일권을 끊으면 5000엔정도로 저렴해진다.
1일권도 2000엔정도니까 부담없는 편이다. 음료권 500엔은 별도.
첫날은 여성 노이즈 밴드 니센넨몬다이(nisennenmondai)의 레이블축제였다.
무려 “미인(비진)”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는 적었지만 실력들이 대단했다.
정작 니센넨의 본 공연은 한 곡으로 끝났지만 동료 아티스트의 공연에
세션 파트로 들어가는 형태로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회장 입구에서는 farewell이라는 무료 매거진의 특집호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축제에 맞게 니센넨 맴버가 커버였다.
7개정도 가지고 왔으니 관심있는 분은 리플바람.
둘째날 부터는 본격적으로 2개 층에서 진행되었다.
Je sei라는 듀오의 공연은 있다씨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5,6층은 외부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집에 돌아갈땐 정말 쓰러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꽤 오랜 기간동안 잼보리 진행의 노하우가 쌓였던 것일까,
공연 진행은 정말 매끄러웠다.
시간표가 어긋나는가 싶어도 20분짜리 구연동화코너가 있는가하면
단편 필름이 상영되기도 하고 기타 하나로 충분한 포크싱어의 무대가 있어서
밴드의 무대에 흥분된 관중들을 달래주기도하고 다음공연 준비시간이기도 했다.
오사카 출신의 미도리라는 밴드를 기억하시는지.
2년전 처음 디비디를 구입해서 동아리 상영회에서 틀기도 했었는데
이젠 소니와 계약한 어엿한 메이져 펑크 밴드가 되었다.
그러나 엔반에서 이름을 널리알릴 수 있게된 감사의 마음에서인지,
시바라쿠-요시노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기본적인 미도리.의 포지션으로 출발했지만 왠걸, 스윙재즈풍으로 시작했다.
고토마리코는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고토마리코의 기타 없이도
미도리가 늘 그랬듯, 거센 노이즈의 덩어리가 되어 공연을 끝냈다.
에디마콘(eddie marcon)의 공연은 예전에 엔반에서 본 적이 있었다.
최근 앨범이 엔반챠트 1위에 올라서인지 시작에 맞춰 오는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매력적인 밴드가 있을까.
Low보다 느린, 플룻과 섹소폰소리의 고요한 솔로.
오시리팽팽즈(oshiripenpenz)는 기타,드럼, 보컬의 3인조 밴드인데
눈이 시원해질만큼 잘생기고 근육질 보컬의 엉뚱함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연장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노래하는 사람을 보았다.
셋째날, 곧 한국에도 오게될 Asuna의 무대가 첫번째로 있는 날이었다.
도쿄홀릭이라는 이름으로 6명의 아티스트가 테이블에 온갖 장비와 장난감으로
소리를 만들었다. 6층은 이렇게 노이즈 아티스트, 재즈 밴드등이 자리잡았다.
Prefuse73의 무대를 연상케했던 도라무노(doramuno)는 3대의 드럼이
무대 밑 관중석에 자리잡고 있었고 시작과 동시,정신없이 리듬을 쏟아냈다.
드럼사이의 관중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비트는 정교하면서도
저절로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냈다.
세츠루키리코(セシルギリコ)라는 여성의 무대였다. 혼자 무언극을 하는가 싶더니
순간 스트립쇼가 벌어졌다. 그리고 소품으로 가지고나온 권총으로 자위를 했다.
틀어 놓은 옛날 엔카가 끝나자 옷을 챙겨입고 “너희들, 여자를 울리면 안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엔반 잼보리는 단지 밴드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시험장이었다.
마지막날은 Asuna씨와 시바타씨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여러 밴드 맴버들을 소개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둘째날의 에디마콘 맴버들과도 인사를 했다.
8월말에 테아시(Teasi)와 같이 공연을 할 거라는 정보를 얻었다.
테아시는 6년동안 20번만 공연한, 정말 고요한 밴드이다.
Asuna씨에게 시부야의 바르샤바 레코드에서 50%세일을 한다고 해서
잠깐 나갔다오기도 했는데, Barsuk 레이블의 시디를 싸그리 긁어왔다.
그러다가 아후리람보 맴버 오니의 솔로 공연을 놓칠뻔하기도 했다.
3일내내 6층 로비에서는 카레와 케잌을 팔았다.
코엔지 엔반은 주중 스케쥴의 대부분이 카레 대결로
구성되어있는데, 농담하는게 아니라 정말 클럽에 모인사람들이
두 사람의 카레 맛을 두고 승자를 가린다고한다.
그리고 연말에는 최종왕중왕전까지 열린다고하니 말다했다.
물론 3일동안 다른 사람의 카레가 나왔다. 한 그릇에 500엔이다.
작년에 엔반에 갔을때 점장인 타구치씨에게 엔반잼보리의 티켓값이
너무 싼게 아니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그냥 엔반의
아티스트를 아는 사람들이 노는 자리를 만들고 싶을 뿐이라는 답을 했다.
로컬 씬의 전초기지가 되는 장소,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밥을 먹고 교류를 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홍대에서는 어디를 말할 수 있을까?
보위? 빵? 쌤? 이리까페? 아직 없다면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레 대신 떡볶이?)
여러모로 지난 몇 년간 홍대를 위한 아워타운이니 뭐니 떠들며 남몰래 사랑했던
코엔지씬에 대한 탐구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던 3일이었다.
자세한 공연후기는 차후에 아워타운이나
개인블로그등을 통해 업데이트 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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