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싸조
너희가 재앙을 만날때에 내가 웃을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26]
hello spaceboy recordings/파스텔 9/26 2006
- 이성을 시댁에 두고 나온 며느리처럼 정신 나간 사운드 – 공연 기획자 안성민.
- 떡진 머리에 세수도 안하고 입에서 냄새가 나지만 그들의 음악은 아름답고 지랄 같고 내 마음도 지랄 같다. – 아무것도 아닌 정택주
그동안 잘 못 알고 있었다. 이들의 이름이 "불싸죠"가 아니라 "불싸조" 였다. 내가 쓰면서도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 동안 이들을 미워했었다. 다른 것도 아닌 말 솜씨 때문에.(파스텔 음반에 붙어있는 설명을 밴드의 기타 및 보컬과 중간에 관객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미움이 더 커졌었다). 아직도 누구는 그들의 말 솜씨 때문에 미워하고 있을테고 누구는 더하기 매력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미워하지 않을래다. 다른 건 아니고 그들의 새 음반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들끼리 속옷 밴드의 뒤를 이를 밴드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었다. 내가 밀었던 CDOS는 실력과는 별개로 즉흥연주라는 특성으로 인해서인지 뭔지 인기가 시들한 것 같고, 또 누가 점 찍었던 밴드는 공연 보고 바로 아니다라고 단정이 지어졌다. 그리고는 실력과 인기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활동을 하며 홍대 인디씬에 영향을 주느냐 라고 매듭지어졌다. 실력으로만 보면 레인스멜로우도 좋지, 단 그들이 공연을 꾸준히 안했다는게 문제이지.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속옷 밴드는 그들의 첫 정규 앨범을 내고 사라졌다. 그것도 내가 군대에서 열심히 족구하고 술 마시고 보안감사로 CD를 30장이나 뺴앗기는 아수라 속에서. 그들을 처음 본 건 아마득한 나의 첫 연인이라는게 생겼을 때였지만 잊혀진 여자는 사진으로나만 남아있고 속옷 밴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post 속옷 밴드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왜, 나는 불싸조에 대해서 말하다가 갑자기 속옷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을까. 물론 밤을 새가며 공부한 전자회로 시험을 망치고 동아리방에 망연자실한 상태로 앉아서 불싸조의 음악을 들으며 위안 받고 있는데, 왜 속옷 일까. 왜 불싸조일까.
불싸조는 새앨범이 나왔고 속옷의 박현민이 프로듀싱을 해주었다. 기타를 뺀 나머지 맴버는 젊게 바뀌었고, 근육통에 시달리는 드러머가 안스러웠지만 그들의 공연도 좋았다. 음반을 사서 들었다.
공연에서의 연주와는 달리 가사도 있고(잘 안들리지만, 분명히 선율이 있다) 공연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꽤나 풍성한 샘플링도 들어가 있고(이건 들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공연때 2% 내지 혹은 5%내지 아쉬웠던 기(氣)의 분출도 느껴진다. 내가 알던 불싸조가 맞나 싶다. 아무리 스튜디오에서 작업만 하면 음치 가수도 명창으로 바꾸는 기술 문명 세상이라지만, 그들이 그런거에 공들일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물론 그의 어색한 말들도 직접 만나 이야기 하면 멀쩡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지만, 새 음반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새롭게 느껴진다. 아…내가 올해 샀던 수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앨범 중에서 (이 시점에서는) 단연코 최고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찬사까지 보낸다.
포스트 속옷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웃긴 것일 수도 있다.
밴드맴버의말대로가장길듯싶은제목을달고나온그들의 앨범은올해가장길게이야기되어야할앨범이되었으면좋겠다
(띄어 쓰기를 안 하면 문장이 더 길게 느껴질까?) 당분간 속옷밴드 타령 안하고 불싸조를 밀으리다.
바라옵건데 불싸조가 라이브에서 이만큼의 사운드를 뽑아줬으면 좋겠다. 발매사인 파스텔에 들어가 소개 글을 보니 라이브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 one take로 갔다고 한다라는데…그들의 음악에 가사가 없는건 어색한 골목대장 마빡이 흉내를 내며 원래 없다는 그의 말이 있었지만 거짓말, 라이브에선 이런 찰진 샘플링을 선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라이브를 분초까지 맞춰서 하는 드림시어터 같은 애들도 있는거고 합주를 끝내는 상황도 어색한 릴레이 연주자들도 있는 거지만 음반에 비해 구멍이 커 보이는 연주는 아쉽게 느껴진다. 연주 실력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못 치면서도 사운드 뽑아내는 애들이야 많으니까. 내가 듣고 있는게 라이브 라면 어떤 여자의 환영과 그리움이라도 떨쳐내고 그들의 음악에 맞춰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며 재앙을 만났을 때에 맘것 웃으며 두려움 앞에서 비웃을 것이다.
참고로 11월3일 클럽 쌈에서 겔럭시 익스프레스와 명령27호 불싸조의 공연이 7시반 예매 만원과 현매 만2천원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이 글을 읽고 내 말의 책임을 물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가보길, 라이브가 아쉽다, 늘. 그래도 그 아쉬움은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채워주리라 믿자.
아..조금 내용 수정..앨범은 뒤로 갈 수록 힘이 좀 딸리는 느낌, 마지막 15번에서 조금 살아나나 5번 트랙정도를 정점으로 감흥이 조금씩 줄어드니, 나의 글을 맹신하여 앨범사서 듣고 나를 욕하는 일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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