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전전긍긍 대곤 있지만,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요즘. 뉴욕에 당도한 이후 어느 때보다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근 열흘 사이에, 미국이라고 확대 해석을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뉴욕이라고 한정을 한다면, 이 땅의 ‘대학문화’를 깊이 흡수할 수 있었는데, 그건 나에게 있어 아주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단 말이다. 그 자극이 바로 값진 경험이고. 그 경험은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어서 얻게 된 것이고.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었던 건, 돈을 벌지 않기 때문이고. 그래서 난 배가 고프고. 결국 배 고픈 자의 행복은, 문화적 활동을 통해 채워지는 법이고. 더 큰 행복은, 누군가가 밥을 사주는 거나, 어디서 얻어 먹는 것이고. 그런 누군가나 어딘가는 어떤 문화적 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결론은. 누군가가 만들어 줘야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양 많은 ‘베이컨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다. 는 것이다.
횡설수설해서 죄송합니다.
덧1) 지난주에 "이 정도면 무조건 사줘야 한다."고 외치고 싶을 정도의 음악을 들려주는, ‘Fujiya & Miyagi’의 공연을 보러, 그 유명한 ‘Columbia University’를 다시 찾았다. 일전에 ‘면학적인’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며, 캠퍼스의 안락함에 반했던 그 곳. 의 밤 역시 낮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공연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공연이 열리는 ’Macintosh Center’라는 곳을 슬슬 둘러볼 수 있었다. 이리저리 쑤셔보던 중, 내 눈길을 사로잡는, 왠지 내가 몸 담고 있는 동아리의 동방과 비슷한 아우라를 풍기는 방이 보였다. 밖에서는 열 수 없게 되어 있어, 똑. 똑. 문을 두드렸더니. 안에서 왠 애늙은이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심바드. 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열려라 참깨. 하면 문이 열려서 보물이 가득한 동굴이 나오는, 뭐 그런 얘기 속의 장면처럼, 온 벽에 시디가 빽빽한 방이 나왔다. 우리 동방에 있는 ‘악성재고컬렉션’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진귀한 앨범들이 가득했기에 더욱 놀라웠다. 기억나는 리스트만 꼽아 보아도, LCD Soundsystem, Deerhunter, Peter Bjohn and John, Apples in Stereo 등. 컬리지락 카테고리에 꽂혀 있는 ‘신보’만 해도 이삼십 장은 충분히 되어 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게 다 기부된 것이었다. 매번 밴드들의 앨범이 발매되면, 그 곳의 주소로 앨범이 날아 온단다. 아이고야. 심지어 스페인에서도 앨범이 온다더라.
그 동방의 정체는 그 캠퍼스의 라디오 방송국인데. ‘WBAR’이라고 꽤 유명한 듯 했다. 연례행사도 꽤 크게 여는 듯 했고. 게다가 그 날의 Fujiya & Miyagi의 공연도 그 동아리에서 단독 기획한 거라니. 할 말 다 했다. 물론 돈은 다 학교에서 대주는 거다. 그래서 입장료가 단 돈 $5밖에 안했던 거다.
덧2) 어젯밤 일이었지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밴드. 의 공연을 보러, 꽤나 정화된 뉴욕에서도 여전히 총 소리가 들린다는 브롱스로 갔다. 나름 목숨을 걸고 간 거라 이렇게 살아나와 자판을 두드린다는 게 자랑스럽다. 헌데, 사실, 그 쪽은 매우 안전한 동네란다. 한국, 일본, 중국인 등 많은 이주민, 유학생, 관광객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거라는데. 아무튼.
가야할 곳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Fordham University’였는데, 이 학교가 ‘NYU’보다도 좋은 학교란다. (같이 자원봉사를 하는 David가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해줬다.) 또 아무튼. 어젯밤, 지난주 보다 더 큰 충격을 쉴 새 없이 먹었는데. 그 이유는 ‘Keith’라는 대박 뮤지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요. 또한 그런 공연을 기획하는 놀라운 시스템 때문이었다.
그 학교 안에는 ‘Alumni House’라고 홍대 앞에 있는 ‘빛’이라는 술집 규모의 커피 가게가 있었다. 공연은 그 곳에서 열리는 것이었고. 그리 많은 사람이 몰려있진 않았다. 뭐 그 코딱지 만한 가게에 들어가 봐야 얼마나 들어가겠냐 만은.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그 가게를 이리저리 훑어 보던 중, 찌질한 포스터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David Bazan’이라고 크게 씌여진 A4용지 한 장을 보고, 내 심장이 그리도 크게 뛸 줄이야. 다음주 수요일, 그 장소에서 ‘Pedro the Lion’의 David Bazan이 솔로 공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전 솔로 앨범을 발매한 그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이 놈의 커피 가게는 어떻게 이런 공연을 열 수 있나 궁금해서, 가게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청년에서 그 이유를 물어봤다.
너 여기서 일하니? 응. 밴드 섭외도 니가 한거니? 응. 어떻게 섭외했니? 마이스페이스 보고, 괜찮다 싶으면 메일 보냈어. 돈은 주니? 응. 얼마나 줬니? 밴드마다 달라. 다르게 얼마씩 줬니? Keith는 $200 줬고, Deta…ㅡ위에서 그 어떤 밴드ㅡ에게는 $1000 줬어. 다음주에 정말 Pedro the Lion의 David Bazan이 와서 공연하니? 응. 그에겐 얼마나 주니? $3000. 돈은 학교에서 주는 거니? 응. 얼마나 자주 공연을 여니? 한 달에 두어 번.
기가 차서 정말. ’Saxon Shore’도 거처 간 커피 집이라니. 다음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 친구와 헤어졌다.
번외1) ‘The Shivers’라는 밴드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어제 내가 감명을 받은 공연은 그 밴드에서 키보드와 보컬을 맡고 있는 Keith의 솔로 퍼포먼스였다. 솔직히. 밴드 음악보다 천 배 이상 뛰어났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에 다가가 대화를 부탁했다. 한참을 얘기한 후,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인사를 했다. 그는 내게 ㅡ별로 탐나진 않았지만ㅡ The Shivers 티셔츠와 시디를 선물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의 공연을 추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번외2) 대학문화. 라는 말을 꺼냈지만, 정작 떠들어 댄 건 겨우 공연에 한정한 약간의 경험담 뿐이었다. 그것 외에 도서관 탐험, 도강 등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본 일들 덕분에 좀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자신만의 어떤 철학도 없고, 많은 걸 알고 있지도 않으며, 무언가를 보며 어떤 핵심 따위를 발견하는 예리한 통찰력도 기대하기 힘든, 말 그대로 허당인 나이기에, "좀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다"에 담긴 것들을 글로서 풀어내기는 힘들지만. 이건 정말 부러웠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는 것과 공부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라는 것. 그리고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취미, 그 관심에 대한 경험과 탐구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내가 만난 이 곳의 청년들의 사고 말이다. 컹.
사실 하고 싶은 말. 은 이 동네 학교에서는 저런 것도 하던데요. 뭐 이 정도였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판을 두드리다가 글이 저렇게 되어버렸다. 읽기가 참 힘들 거 같은데, 대강, 대강, 음, 그냥, 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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