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by maninoff
벌써 지난해가 되었다. 지난 해 가장 흥미로웠던 음반 중의 하나는 불싸조의 2번째 앨범 "너희가 재앙을 만날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때에 내가 비웃으리라(잠언 1:26)"이었다. 전에 가지고 있던 그들에 대한 오해는 최근 그들의 공연들을 보면서 일종의 믿음으로 변해갔다. 벌써 2집을 낸 그들의 연주가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을 들뜬 마음에 안절부절 흥분시키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연주 중간 중간 기타를 치는 한상철은 안티 불싸조 성향의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곤 하지만 연주에 있어선 불싸조의 음악과 혼연일체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공연은 음반과 사뭇 다르다. 공연에선 한번도 들은 적 없는 보컬이 있으며 샘플링된 소리들이 소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인해 e-mail을 이용하여 인터뷰를 하였다. 불싸조는 정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불싸조, 있을 때 많이 보도록 하자.
최근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음반 발매 뒤 불싸조의 인기가 상승인 것 같습니다. 그건 제 주변의 이야기고 삼식씨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앨범 만들 때 진 채무는 조금 갚으셨는지요?
한상철 : 주변 반응은 음반을 발매하기 이전과 다를게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불싸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것을 알고있는 사람들과 아예 제가 씨디를 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주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앨범 작업당시 돈을 많이 쓴것이 아니라 빚같은건 전혀 없었습니다.
아, 빚이야기는 다중채무자 공연 때 이야기가 나와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그 날 공연은 참 재미있었거든요. 관객과의 선문답도 재미있었고. 최근에 나온 앨범 "너희가 재앙을 만날때에…"를 듣고 놀랐는데, 공연에선 들을 수 없는 보컬과 샘플링 때문이었습니다. 공연 때 곡 사이에 마빡이 흉내를 내면서 불싸조는 원래 노래가 없다 하지 않았나요? 데이먼 앤 나오미 공연 때 처음 불싸조를 본 이래로 노래를 부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한상철 : 원래 아카이 샘플러가 하나 있었는데 리믹스 21이라고 MPC 나오기 훨씬 이전의 구형모델이었습니다. 기계나 너무 느리고 짜증나서 지금은 다른사람 손에 있고 아마도 곧 MPC를 하나 살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연장에 샘플러를 들고가진 않을겁니다. 무거우니깐. 어차피 씨디에 있는곡은 공연때 한곡인가밖에 하지 않습니다. 노래는 어느순간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불렀습니다.
연주 시작 전에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나왔을 땐 그냥 생 음악을 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에서 받았던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등장이 무척이나 웅장했다고나 할까요. 샘플링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습니까? 이번 앨범과 지난 앨범의 가장 큰 차이 점으로 느껴지는데, hip-hop 사운드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나요? "fuck to fuck(#2)"을 들었을 땐 정말 한 방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상철 : 취미로 고전 가요와 다이얼로그 바이닐 레코드들을 수집합니다. 그중에는 백남봉,서영춘의 만담 레코드라던가 마틴 루터킹, 맥아더 장군의 연설문도 있고 영화 전체의 다이얼로그를 담고 있는 사운드트랙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모으는 것은 보컬트랙만 있는 바이닐이 스크래칭할때 깔끔하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디제잉을 하게 되는데 저는 CDJ를 혐오하기 때문에 무조건 턴테이블만 사용합니다. 디제잉을 할때 필요한 12인치 싱글 바이닐에는 인스트루멘탈과 라디오 에디트 이외에도 아카펠라 트랙이라고 보컬트랙만 담고있는것들이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집에서 믹스셋을 쓸데없이 졸라 타이트하게 만들어 피치 눈금까지 적어가서 플레이하는데, 그때 그래서 블랜딩같은 것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국 그러한 요소들이 어쩌다보니 추가된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졸라 유명하고 아직도 잘나가고 있는 유명한 가수의 목소리도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몇몇 샘플들은 너무 유명한 소스라서 밝히면 좆될거 같아 차마 자세히 적지는 못하겠습니다.
곡명을 보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곡명이 의미하는 것은 주로 무엇입니까? 가사를 들으면 알 수 있을까 집중해도 목소리가 너무 아련하여 뇌까지 의미가 전기신호가 전달이 안됩니다. 1집의 "지난해 짜장면집에서"는 지난해 짜장면집에서 있었던 일이겠구나 추측해 볼 수 있긴 한데 "섹시한가 – 벌써 썅년"은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한상철 : 곡명은 거의 진짜 즉흥적으로 지은고 아니면 옛날부터 동네 애들하고 하던 농담이나 그런류의 것들입니다. 벌써 썅년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을 조롱했던 학교 후배의 그룹 부러운 아이들의 것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라고 해두지요. 제가 그 후배들의 음악작업을 되게 좋아했는데, 그 후배들은 학교 선생님들 별명가지고 성대모사를 비롯하여 그것들을 조롱하는 노래들을 만들어 학교에 유포했습니다. 지난해 짜장면 집에서는 알렝레네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에서 따온건데 제가 그영화를 미치도록 사랑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만행은 못저지르겠고 해서 바꿨습니다. 블러의 투디엔드 뮤직비디오가 알렝레네의 영화에 영감을 얻은거라고 하더군요.
첫 앨범인 "furious five"와 두번째 앨범인 "너희가 재앙을 만날때에…"를 녹음 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음악적인 부분과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다 궁금하네요.
한상철 : 다른점은 첫번째는 겨울에 녹음했고 두번째는 봄에 녹음했습니다. 녹음한 장소도 틀렸고 녹음/믹싱 중간에 먹었던 음식들이 틀렸네요.
몇 년 동안 띄엄 띄엄 살펴 본 결과 맴버의 교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균 나이가 젊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것 같은데 지금 맴버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호흡은 노래 중간 중간의 만담을 들어보면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상철 : 첫번째 드러머는 고등학교 후배고 지금 베이시스트도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옛날부터 같이 알았던 동네 애들이고 첫번째 베이시스트 조윤석씨는 MDM이라는 잡지 발행인이었고 2집 녹음을 했던 드러머는 MDM에서 재즈에 관한 글을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2집 녹음했던 김치완아저씨가 뉴욕에 장기간 가버리는 바람에 공연은 해야겠고 해서 해체된 페인트 박스 출신의 드러머가 합류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그냥 2집에 있는 노래들 그대로 할려고 했는데, 이사람이 너무 열심히 해서 아예 전부 새로운곡들만 하기로 작정하고 모두 새로 다시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곡들은 오직 연주만을 위해 만든 것입니까? 그러니까 후에 앨범에 들어갈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인지 아닌지? 그거야 모르는 일인가요.
한상철 : 후에 앨범은 작업을 할지안할지 모를거같고 연주만을 염두해두고 만든곡 맞습니다. 아무래도 노래는 앞으로도 안할거고 다른사람을 쓸생각도 아직은 없습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음반과 연관이 많다고 들었는데, 최근 사랑하는 앨범 3장만 뽑아주세요.
한상철 : 그냥 파스텔과 퍼플에서 일했던건데 어쩌다보니 수입오더를 짜고 스티커 글귀라던가 해설지 같은걸 쓰게 됐습니다. 옛날에는 안들어보고 대충 쓴적도 있었는데 니나 나스타샤 사건 이후에는 스티커글 네줄을 쓸려고 전곡을 다들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음악 잘 안듣습니다. 브리짓 뽕뗀느의 가장 팝송같은 앨범인 첫번째 정규앨범과 빌리 폴의 360 디그리 오브 빌리 폴, 그리고 정성조와 메신저스의 겨울여자 사운드트랙을 꼽겠습니다. 이유는 지금 컴퓨터 옆에 바로 눈에 띄는 앨범 석장이 바로 저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성조는 제가 현재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고 졸라 쏘울풀해서 겨울여자 사운드트랙은 두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성조씨가 음악을 했던 어제 내린비라던가 외인구단, 그리고 김도향의 밤의찬가같은것도 죽입니다. 앞에 언급한 앨범들은 딱히 사랑하는앨범들은 아닙니다.
예전에 알레스에서 2달 알바하면서 지켜보았을 때도 알레스에서도 스티커 글귀는 앨범 안 듣고 대충 쓰더군요. 니나 나스타샤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요, 가슴 아픈 기억이겠지만 말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한상철 : 그리고 니나 나스타샤 사건은 제가 신보인줄알고 좋다고 스티커에 써놨다가 아는사람이 그거 옛날앨범 리이슈라고 그러면서 놀리고 그래서 다시 썼습니다. 파파엠 싱글비사이드 모음집에서도 같은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본인에게 레코드 샵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레코드 샵이 인디 밴드와 뮤지션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네요.
한상철 : 레코드샵은 레코드를 파는곳이겠죠. 옛날에 홍대 퍼플레코드에서 일했는데 레코드샵이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에게 무슨영향을 미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회현 지하상가 같은 곳은 보물창고입니다. 리빙사 같은곳은 레코드가 하도 무분별하게 배치되서 주인도 자기가 무얼가지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하루왠종일 앉아서 뒤지다 보면 정말 무언가가 나와줍니다. 텔레비전과 지저스앤 메리체인의 싸이코 캔디, 그리고 그랜드마스터 플레쉬, 갱스타의 싱글 바이닐 레코드들은 전부 회현 지하상가에서 샀습니다. 요즘은 시간도 없고 하루종일 뒤지고 다니기 너무 힘들어서 거의 이베이를 이용합니다.
씬에서 중요한게 있다면 밴드와 리스너와 클럽과 레코드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가장 배부른게 리스너고 가장 몰락한게 레코드샵이지요. 그래서 기존에 레코드샵이 해왔던 역할을 못 하면서 인디밴드들에게 어떤 타격이 있는지 궁금해서 여쭤 본 것입니다. 회현 지하상가는 말만 들었는데 한번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텔레비전과 지저스앤 메리체인 갱스타의 싱글 바이닐이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네요. 홍대 메타 복스 뒤지는 것도 힘들어 포기하곤 하는데 마음 단단히 먹고 가야겠군요.
한상철 : 그리고 샵에 관해서는 제가 퍼플에서만 일해봐서 다른곳은 모르겠는데 적어도 한국에는 붐캣이나 포스트 익스포저, 그리고 팻빗이나 더스티그루브 같은 외국의 샵들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샾은 없다고 보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외국에서야 샾 같은데서 쇼케이스도 많이하지만 한국에서는 교보문고나 옛날에 미화당에서도 몇번하긴 했지만… 특히나 한국 오프라인 샾은 요즘 심각하게 죽어가고있는 추세라서….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외국에서는 MP3말고도 돈을 좀 더 주면 웨이브 파일로 올려놓는 경우도 있더군요. 저는 어차피 신보들도 거의 LP로 구매해서 듣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인데, 이거에 관한 얘기를 좀더 하겠습니다. 올해 추석즈음에 독일의 힙합/일렉트로닉 레이블인 그루브어택(정말 많은 훌륭한 언더그라운드 컴필레이션들을 제작했죠)의 관계자들이 한국에 왔었습니다. 거기 레이블 변호사가 한국혼혈분이라서 추석때 어머니뵈러 왔었는데 그쪽에는 씨디수요는 줄어도 엘피는 점점 올라가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물론 훌륭한 CDJ들이 계속 나오긴 했지만 요즘 일렉트로닉LP를 몇장 구입했을때 거기에 사용됐던 샘플들과 소스를 오직 엘피에만 추가하여서 담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렇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메리트들 떄문에 엘피를 사는것 같기도 합니다. 섀도우의 경우엔 엘피에 몇곡이 더 들어있었고 그건 스매싱펌킨즈의 멜랑꼴리도 그랬죠, 그리고 카메라 옵스큐라의 이번앨범LP에는 MP3를 다운받을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는데 요즘 인디락 엘피에는 이런게 좀 있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데이먼 & 나오미와 모노, limited express (has gone?)의 공연 오프닝을 섰었습니다. 데이먼 & 나오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연 중에 충격 선언을 했는데, 그런 데이먼 & 나오미는 놔두고 모노나 limited express의 공연에서의 연주가 불싸조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부분이 있습니까?
한상철 : 저는 갤럭시 500과 루나의 팬이기 때문에 솔직히 데이먼 앤 나오미 보다는 딘 웨어햄의 곡들을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공연에서 바쉬티 부년의 [winter is blue]를 불렀을 때는 정말 미치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모노는 라이코에서 나온 원스텝몰유다이를 군대가기전인 2003년 중반에 들었고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는 기회가 있어서 한것입니다. 어쩌다보니 둘다 짜딕출신의 일본 밴드들인데 그들의 팬이긴 하지만 영향을 받은것은 모르겠습니다. 영향이라면 오히려 마이클잭슨에게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6년 동안 밴드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1년 동안 기타를 끄적이고 있는데 이미 높아진 귀와 굳어버린 손가락 사이 넓디 넓은 간극를 매꿀 노력은 하고 있지 않은데 밴드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상철 : 모르겠습니다. 없다고 하는게 나을거 같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밴드 말고 하고 있는 다른 일이 있으신지요?
한상철 : 멜론 웹진글과 파스텔뮤직에서 수입/라이센스 글을 쓰고 있습니다.
THANKS to 불싸조
변명) 지난 해가 지나기 전 그들과 인터뷰를 했었다. zara magazine은 나올 생각을 안하고(물론 이건 나의 게으름과도 연관 되어있지만) 인터뷰를 한 내용을 오랫동안 묻어두는 것도 밴드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순서가 반대로 되긴 했지만 아워타운에 먼저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paper라는 잡지에 보니 불싸조 밴드와의 인터뷰가 나와있으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보셔도 좋겠지만 전 그 잡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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