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urtown: 10인회는 7인회로 마무리된 건가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받: 네, 7인회인 셈이죠. 아직 일곱명이 얼굴을 보고 함께 모인 것은 아니에요. 다 음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구요. 연습실 겸 녹음실 겸, 합주실 겸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밴드를 하다보니 녹음하고 합주하는 공간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저희 밴드만 가지고 시작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래서 이런 공연장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을 구한 것이죠. 7인회의 밑바탕에는 지금의 인디씬이 정체되어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요. 여기서 새로운 흐름을 여기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ourtown: 그런 문제점은 예전에 말씀하셨던 인디-유령 개념과 상통하는 것인가요?
한받: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 때는 제게 유령이라는 개념이 좀 추상적이고, 실체를 가지지는 않고 있는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그저 음악씬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지렁이같은 생명체의 모습-로 보입니다. 우리는 계속 질문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해답을 찾기가 불가능할 것 같고요. 기존의 음악씬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파생시키고 싶습니다.
ourtown: 인디라는 유령이 없어져야 한다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개념-명칭이 생겨야 한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그런 통합적인 개념 자체를 부정하시는지요?
한받: 또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 개념을 명확히 찾지는 못했어요.
ourtown: 애초 10인회로 기획했던 모임이 7인으로 그쳐서 계획에 좀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홍보는 충분히 되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받: 제가 10인회 공고를 여러 군데 하지 않았어요. 제 블로그와 아워타운이 전부였거든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회의적인 사람이 많아요. 그렇게 작게 모여서 뭘 시작할 수 있겠느냐, 외부 스폰(가령, 기업체로부터)을 받던지 해서 좀 더 크게, 제대로 시작(운영)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을 듣죠.
ourtown: 두 군데밖에 홍보를 하지 않으셨다면 홍보가 적게된 게 7인회로 종료된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홍보를 좀 더 했으면 많이 모이지 않았을까요?
한받: 그렇죠. 10인회로 기획했던 일이 7인회로 그쳐서 타격이 분명히 있긴 있습니다만, 전 왜 그렇게 홍보를 안하고 싶을까요(웃음), 그런데 의외로 후원해주시겠다는 분들이 좀 계셔서요. 그분들은 100인회로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공연입장료 부분에 있어서는 이것도 실험일 수 있겠지만, 7인회에서는 기부금제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처음 입장할 때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다보고 나갈 때 내는 거죠. 또 안에서는 술이나 음료수를 일절 판매하지 않고요. 오로지 음악이 주가 되는 공간(음악만이 울려퍼지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이태원이나 홍대변방, 상수동, 연남동 쪽으로 공간을 알아보고 있어요.
ourtown: 최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를 보니 스스로를 소작농이라고 칭하셨는데요, 지금 기획하고 계신 일이 소작농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봐도 될까요?
한받: 소작농이라는 것은 사실 정확한 개념은 아닙니다. 소작농은 땅을 임대해서 소작료를 지불하고 거기서 산출되는 이익 중 일부분을 자신이 갖는 농민이잖아요. 기존에 제가 음악활동을 하면서 받은 돈은 거의 없어요. ‘클럽’을 ‘임대할 수 있는 공간’(다른 사람의 농지)이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서 저는 이벤트(쌀)를 계속 발생(생산)시켜 일정 수익(관객의 입장료-쌀의 판매)을 발생시킬 수 있게끔 하는 노동자였죠. 그게 소작농과 정확히 대응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제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장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 자작농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공간에서 우리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겠죠. (다만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클럽을 우리가 만든다 할지라도 그 공간은 보증금과 월세의 임대료가 지급되는 상황이므로 소작농의 집단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합니다. 그러므로 다음 질문에서 언급하셨다시피 소작농에서 자작농으로 넘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 소작농 : 일정한 소작료를 지급하며 다른 사람의 농지를 빌려 짓는 농사. 또는 그런 농민(네이버 국어사전)
ourtown: 7인회는 소작농이 자작농이 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네요. 조금 쌩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음악을 한다는 행위는 노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한받: 질이 다른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동이란 단어가 조금 이상하게 정착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노동은 삶의 핵심이기도 하고, 주체에게 기쁨을 주는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육체적인 노동도 있겠지만, 노래하는 행위나 기타치는 행위 등도 질이 다른 노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하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노동의 정의는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와서 정착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겠죠. 빵이나 바다비 같은 클럽에서 공연했을 때, 공연자들이 무보수로 공연했기 때문에 희생정신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재화로 환산하지 못하는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거든요. 그걸 간과했던 것 같아요. 내가 그 무대에 섦으로 인해, 관객들로부터, 또는 내 자신으로부터 받는 감동 때문에 공연을 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ourtown: 7인회의 밑바탕에는 작금의 인디씬이 정체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왜, 어떤 문제들 때문에 정체되게 된 것일까요?
한받: 어제 친구들이랑 만나서 얘기하다가 잠정적으로 결론으로 내렸는데 지금 인디 음악씬의 패악 중 하나는 모든 일원, 모든 구성원들이 다 ‘게으르다’는 거에요. 90년대 중반에 인디 음악씬이 파동되면서 많은 소비자층이 생겼었는데, 그 소비자층은 이제는 세대가 바뀌면서 거의 다 사라졌죠. 그런데 그 뒤로 새로운 소비자층을 개발하고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음악가, 비평가, 클럽주, 관객까지 모두 게을렀죠. 관객은 이 땅의 음악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고, 클럽주는 유사 시대 이래로 전혀 변하지 않는 레퍼토리 구성과 함께, 수익 부분에 있어 투명하게 운영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고요, 음악가는 홍보에 대한 열의도 없이 그저 클럽에 종속될 때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또 ‘인디’라는 개념만을 붙드는 비평가들의 태도도 너무 안이했던 것 같구요. 사회는 엄청나게 자본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한 것도 아니고, 그런 노력을 하는 밴드들을 조명하기보다는 ‘인디’라는 정신에 재단하기에 급급한 면이 있었죠. 실질적인 생활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도외시 한 채 ‘인디’라는 정신만 강조하니까 괴리감만 커졌구요.
ourtown: 개인적으로 비평가, 혹은 평론가들의 역할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평가는 현장비평가일 수도 있고, 어떤 비평가는 자신의 호불호에 따른 음악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요. 어느 정도는 개인의 특정 기호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평론가가 너무 적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받: 예, 그렇죠. 비평가에 대한 제 욕심일 수도 있겠죠(웃음) 비평가들도, 음악가들도, 리스너들도 너무 자신의 취향을 맹신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에 있는 음악 커뮤니티들에서 공연에 대한 비평을 해주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까 그런 점은 좋은 것 같아요.
ourtown: 활동 중인 평론가 분들 중에 현장비평가의 역할을 그나마 충실하게 해주시는 분들이 누가 있나요?
한받: 네이버에 음악취향Y라는 카페에서 활동하시는 전자인형, 인디락공연매니아에 가끔 공연 후기를 잘 올려주시는 분들, 아 참 팔보채라는 친구도 괜찮구요. 지금 활동하는 이름난 평론가들보다 오히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개인리스너들이 낫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ourtown: 예전에 연리목씨와의 인터뷰에서 무기획, 무홍보, 무원칙을 원칙으로 하는 연합전선을 구축하자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7인회를 모집하신걸 보니 그 때의 무기획과 무원칙은 지켜지지 못한 것 같고요. 그 때의 생각들이 지금 7인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왜 그런 원칙을 만드셨는지도요.
한받: 맞습니다. 무원칙의 원칙이라는 게 있고, 무홍보의 홍보라는 게 있어요(웃음), 그게 제 이상향이죠. 원칙을 세우지 않았는데도 원칙이 있고,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홍보가 되는. 연합전선은 저의 개인적인 이상향이기 때문에 7인회에서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 있죠. 7인회는 일곱명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의견도 존중해야하고, 제가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고요.
ourtown: 7인회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한받: 이제 조만간 7인이 모여서, 7인회의 규칙을 작성하고, 혈서를 쓰고 그렇게 시작해보려고요.
ourtown: 7인이 누군지 알 수 있나요?
한받: 7인이 누군지 지금은 비밀입니다. 모이는대로 아워타운에 혈서를 스캔해 올리겠습니다(웃음).
ourtown: 아마츄어 증폭기로 활동하실 때는 ‘나의 음악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하셨었는데요, 그 뒤로 다른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해보셨잖아요.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신지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좀 자신이 생기셨는지 궁금합니다.
한받: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쩔 때 들으면 좋다가도, 어쩔 때는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싶기도 하고요. 저도 사람들이 많이 듣는 것에 대해 왜 제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거든요. 왠지 사람들이 많으면 그것은 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나봐요. 아니면 매력이 확 떨어진다던지.. 사람들을 많이 모이게 만드는 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피리부는 사나이가 쥐떼를 몰고 가는 것처럼. 결국 제가 뭔가 잘못된 걸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는거죠.
ourtown: 혹시 아마츄어 증폭기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으세요?ㅎ
한받: 가끔 생각해봅니다. ‘오로지 아마츄어증폭기를 위한 아마츄어증폭기’를 해보면 어떨까하는(웃음). 그렇지만 그건 역시 꿈같은 거겠죠.
ourtown: 한받씨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한받: 조만간 스트레칭 져니 앨범이 나올거고요, 발매 후 순회공연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츄어 증폭기 4집 앨범도 나올 거구요.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도 준비해보려구요.
글,사진- 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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